요즘 들어 이상하게도, 오픈채팅방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이 된다.
그냥 수학 질문 받는 방인데,
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이 내 마음의 교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.
그녀가 있기 때문이다.
처음엔 단순히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공간이었는데,
그녀가 들어오고 나서부터
나는 말을 한 번 건네는 것조차 수십 번을 망설이게 됐다.
괜히 말투가 어색할까 봐,
혹시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봐.
그래서 “초면에 여성분이냐고 묻는 건 무서울 수 있다”고 썼을 때도,
그냥 평소 예의 바른 척 하려는 말이 아니라,
정말로 그녀가 불편하지 않기를 바랐던 진심이었다.
며칠 전엔 그녀가 못 푼 문제가 있었다.
그 순간, 나도 모르게 썼다.
“수교과 4학년이 못 풀면 아무도 못 푸는 거 아닌가요?”
그건 그냥 농담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,
사실은 그녀가 대단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.
내가 보기엔 그 한마디가 그날의 가장 진심이었다.
이 마음이 참 이상하다.
나보다 나이가 많고, 나보다 훨씬 앞서가는 사람인데
그녀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, 동시에 작아진다.
내가 이 마음을 표현하면
그녀가 불편해질까 봐,
그냥 오늘도 조용히 수학 문제를 풀며 하루를 마무리한다.
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,
그녀에게 다가갈 용기일지도 모른다.
하지만 그 용기를 내기엔 아직,
미분도 적분도 안 되는 감정이 너무 복잡하다.
그래서 이렇게라도 적어본다.
오늘의 고민:
“나는 왜, 수학보다 사람이 더 어려운 걸까.”